기업살인 처벌을 위하여
월간 복지동향/2003 :
2003/08/12 00:00
어제도 각국의 노동자들 중 5,000명이 생계를 위한 직업 때문에 생을 마감했다. 해마다 인간사회 구성원 중 200만명(!)이 노동과정에서 벌어진 사고와 노동과정이 야기한 질병으로 목숨을 잃는다. 여기엔 12,000명의 어린이도 포함된다.
저 죽음들은 제3세계의 저발전 국가에만 해당되는 것이 아니다. 한국노동자들 중 8명이 매일 자신의 직업 때문에 죽는다. 작년에는 2,700여명이 죽었다.
놀랍도록 많은 이 죽음들은, 그러나, 너무나 알려져 있지 않다. 정부와 언론은 교통사고 사망이 세계 최고 수준이라며 캠페인을 벌이지만 작업장에서의 죽음이 OECD 국가 중 최고 수준이라는 것에 대해서는 침묵하고 있다. 노동자들과 연관된 대부분의 것이 그렇듯이 그들의 죽음도 악의적 의도에 의해 은폐돼 있다. 정부와 기업주들은 작업장에서 잃어버린 노동자들의 생명이 사회적 관심사가 되지 않길 바란다. 저들은 노동자들의 죽음에 대해 그 사실마저도 땅에 묻혀버리기를 바란다.
왜냐하면 저 많은 죽음이 생명보다 이윤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기업주들과 그들의 편의를 봐주고 있는 정부관료들을 폭로하고 있기 때문이다. 저들이 경쟁력과 효율성을 구현하기 위해 얼마나 많은 생명을 비참한 처지로 내모는지를 죽은 자들이 폭로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 저들이 배타적으로 누리는 이 세계의 풍요가 사실은 풍요로부터 배제된 노동자들의 피로 만들어졌음을 폭로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글의 쟁점을 분명히 하기 위해서, 자본주의 생산양식이 이윤 이외에 산출하는 은밀한 파괴 - 노동자들의 건강 파괴 - 에 대해서는 다음 기회로 넘기기로 하자.
언제나 그렇듯이 진실이 밝혀지는 것을 두려워하는 자들은 문제를 개별화·파편화시킨다. 그래서 기업주들과 정부 관료들은 산재사망의 원인을 안전모를 쓰지 않은 노동자들의 부주의나 해이해진 정신상태에서 찾기도 한다. 그러나 현실을 조금만 들춰보면 노동과정에서의 사망이 단순한 사고가 아니라 기업의 이윤을 위한 "살인"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기업살인
2월 15일에 무선장비와 교측보도가 없어 철도 하청노동자 7명이 몰살당했다. 추락방지용 안전망이 없어서 3월 3일 현대중공업 권혁일 씨가 추락사했고, 4월 4일에는 안전장치가 설치돼 있지 않은 도장공장 자동문에 끼어 STX 조선 김종숙 씨가 압사당했다. 5월에는 삼호중공업 사내협력업체 K.M.S.C의 노동자 조준일 씨가 한달 평균 400시간을 일하다가 과로로 사망했다.
이 죽음들은 가까운 예에 불과하다. 정신나간 사람이 아니라면 이 끔찍한 죽음 앞에서 안전모 타령을 하지는 않을 것이다. 위와 같은 사망을 두고 개별 노동자들의 실수를 들먹인다면 순전한 자기기만일 뿐이다. 저 죽음의 원인은 기업주들이 노동자들의 건강을 염두에 둔 조건을 전혀 제공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백 번 양보해서 실수를 인정한다 해도, 안전을 위한 조치는 있을 수 있는 실수를 고려한 것이어야 한다. 사소한 실수에 생명을 위협받는 상태는 안전과 거리가 멀다.
사망사고가 나면 기업이나 기업주는 대개 산업안전보건법(이하 산안법) 위반으로 처벌 - 벌금 몇 백 만원이 고작이지만 - 을 받는다. 산안법을 위반했다는 것은 안전을 위한 예방조치를 하지 않았다는 뜻이다. 즉 적절한 장비와 시설을 갖추지 않는다면 작업 중에 누군가가 죽을 수도 있다는 사실에 기업주가 거의 아무런 대처도 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런 기업주는 "작업 중에 누구든 사고를 당해도 내 알 바가 아니다"는 생각을 가졌다고 볼 수 있지 않을까? 이 악의적 직무유기는 의식적 행동이며 고의적인 행동이고 범죄 행위다.
기업주가 의식적이고 고의적으로 사고 예방조치 의무를 이행하지 않은 결과로 빚어진 사망을 책임의 소재를 밝힐 수 없는 "단순 사고사"로 볼 수는 없다. "살인"의 개념을 개인의 직접적인 행동 뿐만 아니라 사람이 죽을 수도 있는 조건을 고의적으로 방치하고, 따라서 조장하는 행위까지로 확장시킨다면 고의적 직무유기에 의한 사망은 명백한 기업주 혹은 기업의 살인행위, 즉 "기업살인"이다.
따라서 기업 혹은 기업주는 예방의무 위반에 대한 처벌 뿐만 아니라 법 위반 때문에 발생한 죽음에 대해서 "살인죄"로 처벌받아야 하며 재발 방지를 위해 그에 상응하는 대가를 치러야 한다. 음주운전을 해서 누군가를 죽인 운전자에게 타인을 죽인 것에 대해서는 쏙 빼고 음주에 대해서만 책임을 물을 수는 없는 것과 같은 이치다.
기업살인 처벌하라!
우리는 산재사고가 노동과정의 필요악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산업생산과 경제발전을 위한 자연스럽고 합법적인 희생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기업주들이 제공하는 임금은 노동력을 이용할 권리이지 노동력을 파괴할 권리가 아니다. 더구나 노동자들의 생존까지 파괴하는 그들의 월권행위는 비난받아 마땅하며 강력한 제재를 받아야 한다.
영국 산업안전보건청에 따르면, 영국에서 일어난 산재사망의 70% - 나는 적어도 한국에서는 그 이상이라고 확신한다 - 는 예방 가능한 것이다. 따라서 노동자 사망의 압도적 원인은 불합리하고 불법적인 기업의 경영 형태와 정부 정책에 있다. 그런데 만일 기업살인에 대해 강력한 법적 제재가 가능하다면 기업주들이 노동자들의 건강과 안전 문제에 주의를 기울이는데 분명한 압력이 될 것이다.
올해 수십 개 국가가 참가한 2003년 "산재 노동자 추모의 날"에는 "노동자의 건강과 안전에 대한 기업의 책임(Corporate Accountability for health and safety)"을 주제로 캠페인과 시위가 벌어졌다. 이 캠페인은 5월 1일 세계 노동자의 날까지 이어졌다. 노동자들과 노동자건강권운동 활동가들은 "범죄자를 처벌하라!", "기업살인을 막을 법률을 제정하라!"는 현수막과 피켓을 들고 행진했다.
영국에서는 전국적으로 수십 만 명이 참가한 수백 개의 행사에서 "노동안전보건 범죄자에 대해 구속형을 포함한 실질적인 처벌을 할 것"을 요구했다. 영국 전역에서 참가한 사망노동자 유족들은 거리행진을 벌이며 "기업살인이라는 새로운 범죄행위를 정하고 사업주에게 책임을 묻는 새로운 법률(Corporate Killing Act 기업살인법)을 제정"하라고 요구했다. 아미커스는 건설현장에서 죽은 노동자를 추모하기 위해 안전모가 가득 실린 영구차를 앞세우고 런던 시내를 행진했다.
영국의 노총과 사회단체들은 1990년대 말부터, 직무유기로 노동자를 사상케 한 기업주를 처벌할 수 있는 새로운 법률 제정을 요구해왔다. 운동의 성과로 올해 영국 하원에 "산업안전보건 범죄에 관한 법안"이 상정돼 논의 중이다.
호주에서는 빅토리아주, 뉴사우스웨일스주, 퀸스랜드주 의회에 "기업살인법"(Corporate Killing Act)안이 상정되어 논의 중이며, 미국에서도 "부당한 죽음에 관한 책임법"(Wrongful Death Accountability Act)이 제안돼 있다.
노동자들이 처한 노동조건과 노동환경은 건강과 생명을 크게 위협하고 있다. 삶을 유지하기 위해 노동력을 제공한 것이 삶의 유지를 위협하는 원인이 된다는 사실만큼이나 모순적이고 불합리한 일은 없을 것이다. 이 모순에 가득찬 죽음의 행렬은 당장 중지되어야 하며, 노동자들의 건강과 생명을 위한 권리는 지금보다 훨씬 확대되어야 한다. 나는 "기업살인법"이 그 권리 확대에 분명한 보탬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저 죽음들은 제3세계의 저발전 국가에만 해당되는 것이 아니다. 한국노동자들 중 8명이 매일 자신의 직업 때문에 죽는다. 작년에는 2,700여명이 죽었다.
놀랍도록 많은 이 죽음들은, 그러나, 너무나 알려져 있지 않다. 정부와 언론은 교통사고 사망이 세계 최고 수준이라며 캠페인을 벌이지만 작업장에서의 죽음이 OECD 국가 중 최고 수준이라는 것에 대해서는 침묵하고 있다. 노동자들과 연관된 대부분의 것이 그렇듯이 그들의 죽음도 악의적 의도에 의해 은폐돼 있다. 정부와 기업주들은 작업장에서 잃어버린 노동자들의 생명이 사회적 관심사가 되지 않길 바란다. 저들은 노동자들의 죽음에 대해 그 사실마저도 땅에 묻혀버리기를 바란다.
왜냐하면 저 많은 죽음이 생명보다 이윤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기업주들과 그들의 편의를 봐주고 있는 정부관료들을 폭로하고 있기 때문이다. 저들이 경쟁력과 효율성을 구현하기 위해 얼마나 많은 생명을 비참한 처지로 내모는지를 죽은 자들이 폭로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 저들이 배타적으로 누리는 이 세계의 풍요가 사실은 풍요로부터 배제된 노동자들의 피로 만들어졌음을 폭로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글의 쟁점을 분명히 하기 위해서, 자본주의 생산양식이 이윤 이외에 산출하는 은밀한 파괴 - 노동자들의 건강 파괴 - 에 대해서는 다음 기회로 넘기기로 하자.
언제나 그렇듯이 진실이 밝혀지는 것을 두려워하는 자들은 문제를 개별화·파편화시킨다. 그래서 기업주들과 정부 관료들은 산재사망의 원인을 안전모를 쓰지 않은 노동자들의 부주의나 해이해진 정신상태에서 찾기도 한다. 그러나 현실을 조금만 들춰보면 노동과정에서의 사망이 단순한 사고가 아니라 기업의 이윤을 위한 "살인"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기업살인
2월 15일에 무선장비와 교측보도가 없어 철도 하청노동자 7명이 몰살당했다. 추락방지용 안전망이 없어서 3월 3일 현대중공업 권혁일 씨가 추락사했고, 4월 4일에는 안전장치가 설치돼 있지 않은 도장공장 자동문에 끼어 STX 조선 김종숙 씨가 압사당했다. 5월에는 삼호중공업 사내협력업체 K.M.S.C의 노동자 조준일 씨가 한달 평균 400시간을 일하다가 과로로 사망했다.
이 죽음들은 가까운 예에 불과하다. 정신나간 사람이 아니라면 이 끔찍한 죽음 앞에서 안전모 타령을 하지는 않을 것이다. 위와 같은 사망을 두고 개별 노동자들의 실수를 들먹인다면 순전한 자기기만일 뿐이다. 저 죽음의 원인은 기업주들이 노동자들의 건강을 염두에 둔 조건을 전혀 제공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백 번 양보해서 실수를 인정한다 해도, 안전을 위한 조치는 있을 수 있는 실수를 고려한 것이어야 한다. 사소한 실수에 생명을 위협받는 상태는 안전과 거리가 멀다.
사망사고가 나면 기업이나 기업주는 대개 산업안전보건법(이하 산안법) 위반으로 처벌 - 벌금 몇 백 만원이 고작이지만 - 을 받는다. 산안법을 위반했다는 것은 안전을 위한 예방조치를 하지 않았다는 뜻이다. 즉 적절한 장비와 시설을 갖추지 않는다면 작업 중에 누군가가 죽을 수도 있다는 사실에 기업주가 거의 아무런 대처도 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런 기업주는 "작업 중에 누구든 사고를 당해도 내 알 바가 아니다"는 생각을 가졌다고 볼 수 있지 않을까? 이 악의적 직무유기는 의식적 행동이며 고의적인 행동이고 범죄 행위다.
기업주가 의식적이고 고의적으로 사고 예방조치 의무를 이행하지 않은 결과로 빚어진 사망을 책임의 소재를 밝힐 수 없는 "단순 사고사"로 볼 수는 없다. "살인"의 개념을 개인의 직접적인 행동 뿐만 아니라 사람이 죽을 수도 있는 조건을 고의적으로 방치하고, 따라서 조장하는 행위까지로 확장시킨다면 고의적 직무유기에 의한 사망은 명백한 기업주 혹은 기업의 살인행위, 즉 "기업살인"이다.
따라서 기업 혹은 기업주는 예방의무 위반에 대한 처벌 뿐만 아니라 법 위반 때문에 발생한 죽음에 대해서 "살인죄"로 처벌받아야 하며 재발 방지를 위해 그에 상응하는 대가를 치러야 한다. 음주운전을 해서 누군가를 죽인 운전자에게 타인을 죽인 것에 대해서는 쏙 빼고 음주에 대해서만 책임을 물을 수는 없는 것과 같은 이치다.
기업살인 처벌하라!
우리는 산재사고가 노동과정의 필요악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산업생산과 경제발전을 위한 자연스럽고 합법적인 희생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기업주들이 제공하는 임금은 노동력을 이용할 권리이지 노동력을 파괴할 권리가 아니다. 더구나 노동자들의 생존까지 파괴하는 그들의 월권행위는 비난받아 마땅하며 강력한 제재를 받아야 한다.
영국 산업안전보건청에 따르면, 영국에서 일어난 산재사망의 70% - 나는 적어도 한국에서는 그 이상이라고 확신한다 - 는 예방 가능한 것이다. 따라서 노동자 사망의 압도적 원인은 불합리하고 불법적인 기업의 경영 형태와 정부 정책에 있다. 그런데 만일 기업살인에 대해 강력한 법적 제재가 가능하다면 기업주들이 노동자들의 건강과 안전 문제에 주의를 기울이는데 분명한 압력이 될 것이다.
올해 수십 개 국가가 참가한 2003년 "산재 노동자 추모의 날"에는 "노동자의 건강과 안전에 대한 기업의 책임(Corporate Accountability for health and safety)"을 주제로 캠페인과 시위가 벌어졌다. 이 캠페인은 5월 1일 세계 노동자의 날까지 이어졌다. 노동자들과 노동자건강권운동 활동가들은 "범죄자를 처벌하라!", "기업살인을 막을 법률을 제정하라!"는 현수막과 피켓을 들고 행진했다.
영국에서는 전국적으로 수십 만 명이 참가한 수백 개의 행사에서 "노동안전보건 범죄자에 대해 구속형을 포함한 실질적인 처벌을 할 것"을 요구했다. 영국 전역에서 참가한 사망노동자 유족들은 거리행진을 벌이며 "기업살인이라는 새로운 범죄행위를 정하고 사업주에게 책임을 묻는 새로운 법률(Corporate Killing Act 기업살인법)을 제정"하라고 요구했다. 아미커스는 건설현장에서 죽은 노동자를 추모하기 위해 안전모가 가득 실린 영구차를 앞세우고 런던 시내를 행진했다.
영국의 노총과 사회단체들은 1990년대 말부터, 직무유기로 노동자를 사상케 한 기업주를 처벌할 수 있는 새로운 법률 제정을 요구해왔다. 운동의 성과로 올해 영국 하원에 "산업안전보건 범죄에 관한 법안"이 상정돼 논의 중이다.
호주에서는 빅토리아주, 뉴사우스웨일스주, 퀸스랜드주 의회에 "기업살인법"(Corporate Killing Act)안이 상정되어 논의 중이며, 미국에서도 "부당한 죽음에 관한 책임법"(Wrongful Death Accountability Act)이 제안돼 있다.
노동자들이 처한 노동조건과 노동환경은 건강과 생명을 크게 위협하고 있다. 삶을 유지하기 위해 노동력을 제공한 것이 삶의 유지를 위협하는 원인이 된다는 사실만큼이나 모순적이고 불합리한 일은 없을 것이다. 이 모순에 가득찬 죽음의 행렬은 당장 중지되어야 하며, 노동자들의 건강과 생명을 위한 권리는 지금보다 훨씬 확대되어야 한다. 나는 "기업살인법"이 그 권리 확대에 분명한 보탬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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