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살사망의 최근 현황 및 변화추이

최근 우리나라는 자살이라는 전염성 질환의 유행을 경험하고 있다. 자살은 인구의 사망양상에 변화를 주고, 자살과 자살시도를 통해 정신보건서비스 및 응급의료서비스 체계와 의료비지출에 큰 영향을 주는 보건학적 문제이자, 사회경제적 병리현상의 독특한 표현양태로서의 사회적 문제이다. 특히 우리나라의 자살현상은 자살사이트를 통한 동반자살 및 자살지원, 자녀살해후 자살, 재벌 총수의 자살 등 큰 사회적 파문으로 이어지는 자살이 연일 계속되고 있다. 현재 우리나라의 자살사망률은 OECD 국가와 비교해서 상위권에 속하는데, 대부분의 국가가 자살율이 감소하는 데 반해 우리나라는 자살율이 빠르게 증가하고 있고, 그 증가속도도 OECD 국가 중 최고이다.

1983년 이후 20년간 자살사망률 변화추이를 제시한 그림 1을 보면, 우리 나라의 자살사망률은 1990년대 초반까지는 큰 변화를 보이지 않다가 1990년대 중반이후 증가하기 시작하여, 1998년 IMF 경제위기 당시 가장 높은 수치를 보였다. 1998년의 통계청 통계에 의한 자살사망자수는 8,569명으로 1997년의 6,022명에 비해 절대수는 42.3% 증가했고, 인구 10만 명당 자살사망률은 41.2%나 증가했었다. 이후 다소 감소하다가 2001년이후 다시 자살사망률이 증가하고 있으며, 경찰청 통계로는 2002년에 이미 1998년 IMF 경제위기 당시의 자살사망률을 회복한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최근 20년간의 자살사망률의 변화추이는 대체로 경기변동과 상관관계를 갖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 자살사망률이 호황기였던 1990년대 초반부터 1990년대 중반까지도 빠르게 증가하였으며, 2000년과 2001년에도 이 기간동안은 경제성장률이 비교적 높았음에도 불구하고 자살사망률은 여전히 1980년대나 1990년대 초반의 두 배 가까운 높은 수치를 보이고 있는 것을 보면, 경기침체 등 경제적 요인 이외에도 정보화나 이혼율의 증가, 노인인구의 증가 등 후기산업사회로의 급격한 진입으로 겪게 되는 사회문화적 요인도 작용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는 경기과열에 가까운 경제성장을 하고 있는 중국의 자살사망자수가 전체 사망원인 중 5위에 달하는 287,000명에 달하고, 자살미수에 그친 자살시도자수도 연간 200만 명에 달하고 있음을 볼 때 단순히 경제성장률 등의 경제적 요인만으로 설명하기 어려운 요인이 있음을 시사한다.

이러한 자살의 증가는 2001년부터 자살이 전체 사망원인 중 8위가 되도록 하였다. 남자는 10세부터 39세까지의 연령에서 자살이 사망원인의 2위이며, 40세부터 49세는 자살이 사망원인의 3위에 해당되었고, 여자도 10세에서 19세까지는 사망원인 2위, 20세에서 39세까지는 자살이 사망원인 1위, 40세에서 49세까지는 사망원인의 4위를 차지하는 등 젊은 층의 남녀 모두 자살이 사망의 중요한 원인이 되고 있는 것이다. 자살의 절대적 숫자는 노인 연령층에 많지만, 젊은 연령층에서 상대적으로 비율이 높은 사망원인이다. 따라서 자살로 인한 사회의 경제적, 심리적 부담은 다른 사망원인에 비해서 훨씬 크다고 할 수 있다.

더욱이 자살과 관련된 사회의 부정적 시각에 의해 자살이 실제보다 적게 통계에 잡히고 있다는 것은 많은 나라에서 보고되고 있다. 즉, 우발적인 중독이나 교통사고 등 자살의 의도를 갖고 수행된 사고사의 상당부분이 자살 이외의 사망으로 분류되고 있기 때문에 특히 자살에 대한 사회적 부정적 시각이 강한 우리나라의 경우 자살에 의한 사망은 실제보다 훨씬 더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그림 빠짐)

자살의 원인

자살은 인류 역사의 시작과 함께 시작되어 시대의 변화나 문화의 차이에도 불구하고, 인류와 함께 있어왔다. 일찍이 Durkheim은 자살을 "장차 초래될 결과를 알고 자신에게 행하는 적극적 또는 소극적 행동의 직접적 또는 간접적 죽음의 형태를 띄고 있는 자신에 대한 살인행위"라고 정의하면서 자살이 사회와 개인과의 관계에 의해 결정된다고 하였다. 즉, 개인이 그가 속한 사회에 대한 자발적 애착인 사회적 통합(social integration)과 사회가 소속된 개인의 행동에게 강제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사회적 규제(social regulation)가 자살의 주요한 영향 요인이라고 하였다. 급격한 산업화와 도시화 등으로 인해 지역사회와 가족의 통합력이 빠른 속도로 와해되고 있는 상황에서 우리나라는 Durkheim이 지적하였던 바대로 자살이 증가하고 있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또한 자살을 정신과적 질환과 관련하여 이해하려는 연구들도 많이 진행되고 있다. 90% 이상의 자살자가 정신질환 또는 중독성 질환과 관련이 있다는 보고가 있으며, 우울증 등의 정신질환은 특히 연령의 증가할수록 자살과의 관련성이 높다고 하고 있다.

자살의 원인에 대한 연구들을 종합하면, 자살의 원인은 생물심리학적 요인과 사회경제적 요인이 각자 또는 복합적으로 작용하여, 우울증 및 충동이라는 정신건강상태를 거쳐 자살에 이른다고 할 수 있다(그림 2). 즉, 우울증과 충동성의 유전적 소질과 성격적 특성, 가족력 등의 개인의 생물심리적 요인은 빈곤, 부채나 실업 등 사회경제적 스트레스에 대해 반응하는 양식(자살 또는 체념적 적응 또는 적극적 도전)으로 작용하며, 상당한 자살은 생물심리적 요인이 사회경제적 스트레스가 없이도 그 자체로 우울증을 거쳐 자살에 이르는 충분요인으로 작용한다. 경기의 급격한 침체와 사회통합도의 약화 등의 사회경제적 요인 역시 우울증과 충동성을 거쳐 자살에 이르게 된다.

자살사망자가 거치는 길목에 우울증과 충동성이 있다. 생물심리적 요인이 주가 되었건, 사회경제적 요인이 주가 되었건 또는 두 요인이 상승작용을 일으켰건 간에 자살사망자의 80% 정도는 임상적 우울증 상태를 거쳐 자살을 시행하며, 20% 정도는 뚜렷한 우울증 없이 충동적으로 시행한다고 알려져 있다.(그림 빠짐)

자살 예방대책

보다 근본적인 자살의 원인이라고 할 수 있는 생물심리적 요인(유전학적 소질이나 성격적 특성 등)이나 사회경제적 요인(급격한 경기침체, 지역사회 및 가족의 통합도 약화 등)에 대한 대책을 통해 자살을 예방하는 것은 매우 어렵다. 게놈 프로젝트가 많이 진전되었지만, 충분히 우울증이나 충동성 유전자에 대한 예방적 치료법이 현실화되지 않은 상태이다. 사회경제적 요인의 해결은 더 어렵다. 경제성장률이나 실업률, 개인 부채의 해결 등은 단기적으로 쉽게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며, 이러한 경제적 문제들을 무리하게 해결하는 것은 도덕적 해이나 경제의 거품 등 더 큰 부작용이 초래되기 때문이다. 도시화와 핵가족화, 정보화 등으로 변화하는 사회문화적 변화 역시 되돌릴 수 있는 성질의 변화도 아니다.

따라서 자살의 예방은 자살의 원인이 되는 생물심리적 요인과 사회경제적 요인이 자살로 이어지는 길목을 막는 정책이 가장 효과적이라고 할 수 있다. 물론 보다 근본적인 요인들에 대한 거시적 정책들이 필요하지만, 광풍처럼 몰아치는 자살의 전염병을 잠재우기 위해서는 우울증과 충동성에 대한 적극적인 대책이 필요한 것이다.

우울증은 치료율이 매우 높아 80%에 이르는 정신과 질환이다. 특히 조기발견을 통해 치료를 할 경우 치료율이 더 높다. 효과적으로 우울증이 치료(완치라기 보다는 조절)되는 치료약물이 계속 개발되고 있다. 그러나 우울증으로 힘들어하고 있는 인구 중에서 아주 일부만 적절한 치료를 받고 있는 것이 문제다. 정신질환과 정신과 치료에 대한 사회적 편견이 심한 것과 우울증에 대한 기본적인 정신건강지식이 없는 것이 주요한 이유이다. 따라서 "우울증의 날" 등을 지정해 대대적인 우울증의 조기발견을 시도하는 외국처럼 대국민 교육과 홍보를 통해 우울증 환자를 조기 발견하는 것이 필요하다. 또한 자살자의 80%가 수개월 전부터 가족과 친구들에게 경고 사인을 보내고 있는 것을 고려할 때 자살의 전조증상에 대한 홍보교육도 필요하다.

정신질환에 대한 편견이 심한 상태에서 저소득층을 비롯한 취약계층의 정신건강 문제를 조기에 발견하기 위해서는 선진국에서처럼 공공부문의 적극적인 정신보건서비스 제공체계가 필수적이다. 선진국에서처럼 정신보건센터가 지역내의 정신건강 위험군에 대한 적극적인 조기발견서비스와 위기개입 서비스를 제공하고, 경제적으로 어려운 계층에 대한 의료비 지원도 제공하는 것이 꼭 필요한 시점이 왔다. 자살충동자에 대한 전화 및 인터넷 상담체계도 구축되어야 한다. 이러한 상담체계와 119 등 응급구호체계 및 자살충동 및 시도자에 대해 사후관리를 하는 정신보건센터 서비스 체계 등 3각 협조체계가 중요하다.

자살자의 20%가 거쳐가는 충동성이라는 길목은 그 예측의 어려움 때문에 우울증 길목보다 통제하기가 어렵다. 그러나 알코올과 약물남용, 카지노나 경마장 등 도박문제가 중요하고, 고층건물이나 한강다리 관리, 자살에 쓰일 수 있는 수면제 및 독극물 구입경로 관리, 인터넷 자살사이트 단속 등이 중요할 것이다.

자살증가는 우리사회가 경기침체를 경험하면서 나타나는 병리현상이자 선진국형 후기산업사회로 진입하면서 겪는 자연현상이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경기침체기에 필요한 정신건강에 대한 사회안전망으로서, 후기산업사회에서 필수적인 선진국형 정신보건서비스 체계로서의 자살에 대한 예방 및 대응체계는 이제 우리사회에서 절실히 필요한 존재가 되었다.

서동우 /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연구위원, tsuh@hanmail.net
2003/09/08 00:00 2003/09/0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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