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는 유일하게 저소득시민과 빈곤계층이 이용할 수 있는 복지병원인 시립동부병원을 민간위탁을 추진 중에 있다. 이는 열악한 우리나라의 공공의료 수준을 30%로 확충하겠다는 노무현정부의 국정과제에 역행하는 것일 뿐 아니라, 최근 신빈곤층의 절박한 외침이 사회적 경종을 울리고 있어 일천오백만 서울시민의 복지와 의료보장에 책임을 다해야할 서울시가 오히려 있는 공공의료기관마저 시장에 맡기려고 하는 것이다.



동부병원은 서울시민의 유일한 복지병원

동부병원은 1929년에 설립된 이래 70여년 동안 행려환자들에게 의료를 제공하고 저소득 시민들이 편하게 이용할 수 있는 공공의료기관으로서 서울시가 직영하는 5개 시립병원 중 일반 환자들이 이용할 수 있는 유일한 종합병원이다. 또한 1997년부터 5년간 시민의 세금 320억원을 투자하여 병원을 신축하였으며, 2002년 8월 현대화된 신축병원으로 이전하였다.

또한 서울시 산하에는 조직운영 형태별로 3개의 의료기관이 운영되고 있는데, 직영병원인 동부병원이 의료급여환자 진료비율이 가장 높으며, 유일하게 50개의 행려병상을 지정하고 있다. 현재 1차 공공의료기관인 보건소나 노숙자 진료소 등에서 입원은 대부분 동부병원으로 의뢰하고 있는 것에서도 알 수 있듯이 동부병원은 노숙자, 행려환자들에게는 없어서는 안될 중요한 병원이다.(표 빠짐)

동부병원의 파행은 서울시 책임

그런데 신축병원 이전 이후 서울시는 병원정상화 노력보다는 6개월이 안된 2002년 12월경 서울시 공무원 직제개편시 동부병원의 공무원 직제를 없앰으로써 민간위탁 방침을 결정하였다. 서울시는 동부병원의 문제가 무엇인지, 동부병원이 어떠한 역할을 해야하는지, 개선방안이 무엇인지에 대한 어떠한 공론화 과정도 없이 독단적인 결정을 하였던 것이다.

이러한 비민주적인 절차와 내용상 잘못된 방침은 동부병원 운영의 파행으로 이어졌다. 민간위탁방침 결정직후 계약직 의사들 반 이상이 일자리를 찾아 떠나자 몇몇 진료과목의 진료가 중단되었으며, 입원과 외래 환자수가 급감하였다. 2003년 4월에는 사스 환자 전담병원 지정문제로 입원환자를 퇴원시키는 준비과정과 집단민원의 발생으로 인해 또다시 환자가 감소하는 결과로 이어졌다.(표 빠짐)

이렇듯 동부병원의 파행운영은 서울시 보건행정의 책임임에도 불구하고 서울시는 이러한 파행운영을 빌미로 민간위탁의 필요성을 오히려 강변하고 있으며, 병원의 정상화를 위한 자구노력은 방기한 채, 민간위탁 추진에만 매달리고 있다.

민간위탁, 시민의 건강권을 위한 대안인가?

동부병원은 정상화되어야 한다. 현재의 병상이용률 즉 이용환자수가 적은 문제는 반드시 해결해야 할 문제이다. 공무원조직이 갖고 있는 비효율성도 개선되어야 할 것이다. 그러나 서울시의 민간위탁 방침은 결코 대안이 될 수 없다.

첫째, 효율성의 제고는 공공의료기관의 목적에 부합하여야 한다는 것이 전제되어야 한다. 공공보건의료에관한법률 제4조는 "공공보건의료기관은 당해 기관의 설립·운영에 관한 법령에서 정한 사업 외에 다음 각호의 사업중에서 보건복지부장관이 요청하는 사업을 수행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 주요 질병관리사업

- 공공보건의료에 관한 전문적인 연구 및 검사 사업

- 보건의료인의 교육훈련사업

- 국가 또는 지방자치단체의 공공보건의료시책의 수립·시행 및 평가지원사업

- 국가 또는 지방자치단체의 각종 보건의료활동에의 참여 및 지원사업

- 민간보건의료기관에 대한 기술지원 및 교육사업

- 기타 보건복지부장관이 요청하는 사업

또한 같은 법 제5조는 "공공보건의료기관은 다음 각호에 해당하는 보건의료를 우선적으로 제공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 의료급여환자등 취약계층에 대한 보건의료

- 노인·장애인·정신질환자등 타분야와의 연계가 필수적인 보건의료

- 전염병 예방 및 진료

- 아동과 모성에 대한 보건의료

- 응급환자의 진료

- 민간보건의료기관이 담당하기 어려운 예방보건의료

- 기타 보건의료기본법 제15조의 보건의료발전계획에 따라 보건복지부장관이 정하는 보건의료

따라서 공공의료기관의 "효율적인" 운영은 이러한 본래 목적에 부합한 사업을 할 때에만 의미가 있으며 단지 경영수지 개선이 나타나는 것을 효율성이라고 평가한다면 그것은 목적과 수단이 전도된 것이며, 거시적인 효율성은 보지 못하는 단견이라고 할 수 있다.

둘째, 동부병원이 민간에 위탁 운영된다면 공공의료기관의 본래의 기능이 약화되기 때문이다. 시립동부병원을 위탁받은 병원은 공공의료 기능보다는 수익이 되는 서비스 제공에 역점을 두게 될 것이다. 동부병원은 더 이상 진료비용이 저렴하고 의료진을 신뢰할 수 있어 저소득시민들이 편하게 이용할 수 있는 병원이 더 이상 아니게 될 것이다. 그리고 수익성이 없는 질병예방, 검진사업, 방문진료 등은 기본적인 공공의료 제공 기능을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다. 진료 수익이 적은 의료급여 환자 진료를 축소하고, 수익성을 위해 불필요한 진료를 확대하여 건당 진료비가 증가하게 될 것이다. 이러한 현상은 지방공사의료원을 민간 위탁한 이후 전후 비교를 했을 때 나타난 명백한 결과이다.

셋째, 동부병원이 민간에 위탁되면, 공공의료기관으로서 다음과 같은 역할을 하기 어렵게 될 것이다. 국민의 세금으로 설립, 운영되는 공공의료기관으로서 국가보건의료정책을 수행하는 기관으로 의무를 다해야 하지만, 민간에 위탁된다면 이를 강제하기 어렵다. 정적진료의 모범을 만들고 표준진료를 개발하여 시민들에게 신뢰를 주는 기관으로서 민간의료기관의 진료행태 개선을 선도하는 역할을 수행하기 어렵게 될 것이다. 또한 지역사회내에서 공공과 민간의료기관은 물론 사회복지시설과의 연계를 구축하여 지역사회 안전망을 강화하는 역할도 기대하기 어렵게 될 것이다.

서울시는 시민의 목소리에 귀기울여야

건강세상네트워크를 비롯한 시민사회단체들은 5월말부터 서울시의 민간위탁 반대 성명서 발표를 시작으로 서울시 보건과장 항의면담, 민간위탁 반대 언론 홍보, '서울시립동부병원 민간위탁, 올바른 선택인가'에 대한 토론회 개최, 서울시청 앞 1인 시위, 서울시장 면담 요구, 서울시의회 보사위원회 방문, 동부병원앞 집회 등 서울시에서 추진하고 있는 시립동부병원의 민간위탁에 대한 분명한 반대 입장과 함께 다양한 활동을 하여 왔다. 민간위탁 추진기간동안에 대학병원들이 민간위탁 신청을 하지 않도록 병원을 설득하는 활동을 전개하였다.

그 결과 1차 추진시기인 6월초 위탁 최종결정직전에 병원측에서 포기하였으면, 2차 민간위탁 신청기간으로 제시된 7월31일까지, 나아가 신청기간 연장시한인 8월14일까지 동부병원을 위탁하겠다는 신청기관이 나타나지 않았다. 이제 서울시는 더 이상 밀어붙이기식 행정에서 벗어나 동부병원의 민간위탁 방침을 재고해야할 것이다.

건강세상네트워크등 시민단체들은 이미 △서울시는 시립동부병원의 민간위탁 추진을 중단할 것, △"공공의료 확충을 위한 민관대책위원회"를 구성하여 대안을 강구할 것, △시립동부병원은 서울시의 저소득층에 대한 진료기관으로서의 기능과 지역 내 2차 거점병원으로서의 기능을 다하는 서울시 "시민복지병원"으로 발전시켜나가야 할 것 등의 입장을 밝힌 바 있다.

노숙자, 행려환자 등 취약계층에 대한 최소한의 의료서비스 제공조차 저버리고서야 어떻게 서울시민의 복지를 논할 수 있을 것인가. 서울시가 서울시민의 복지를 책임지고자 전향적인 자세로 나서기를 다시 한번 기대한다.

조경애 / 건강세상네트워크 공동대표, kkyd99@kornet.net
2003/09/08 00:00 2003/09/0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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