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이툰 병사들을 데려오라 6] 자이툰 2200명 장기주둔? 철군 말하지 않는 유일한 나라 '대한민국'
철군 행렬 - 부시 블레어의 추락
이라크 주둔 다국적군에 대한 철군 논의가 하루가 다르게 확산되고 있다.
미국에서는 '보다 분명한 전망을 가진 이라크 정책'을 촉구하면서 이라크 상황에 대한 '정기 보고서'를 제출하라는 상원 결의안이 나온 지 이틀만인 17일 '국방통' 민주당 하원의원 존 머서가 '즉각 철군'을 요구하는 법안을 제출하면서 철군론에 불을 지폈다.
영국에서는 토니 블레어 총리가 이르면 내년 중반부터 이라크 주둔군을 단계적으로 철수시켜 2006년 중에 절반 이상을 줄이겠다고 결정한 것으로 <뉴욕타임스> <인디펜던트> 등의 언론에 의해 이번주 알려졌다. 일본에서도 고이즈미 준이치로 총리가 자신의 임기 만료 시한인 내년 9월까지 육상 자위대 600명 전원을 철군하겠다는 방침을 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탈리아, 폴란드, 우크라이나의 철군 일정은 이미 시작됐거나 내년 철군이 확정된 상태다.
한국, 대세를 거스르는 '용기'

우리 정부는 18일 여당과의 협의를 통해 12월 31일로 만료되는 자이툰 부대 주둔 기간을 1년 연장하는 결의안을 이번달 내에 국회에 제출하기로 하면서 철군의 최종적인 시간과 계획에 대해서는 아무런 언급도 없었다.
대신 1000명을 감축해 감군 트렌드에 '성의'를 보이겠다는 뜻을 표명하기도 했지만 당정 합의 발표 직후 나온 미 백악관의 반응으로 볼 때 그마저도 '희망사항'에 그칠 수 있다는 냉소를 자아내게 한다.
나아가 노무현 대통령은 지난 10월 도널드 럼스펠드 미 국방장관을 만나 '일부 감축하되 나머지는 장기주둔' 방침을 밝히면서, 일부 감축을 앞세워 미ㆍ영군의 철군과 한국군의 철군을 연계하는 장기주둔의 길을 선택했다는 해석을 낳고 있다.
'철군 딜레마' 빠진 미국과 영국…철군ㆍ감군론 진원은 군부

전쟁 직전이던 2003년 3월 이라크 침공에 찬성하던 미국인들은 66%였다. 그러나 가장 최근 여론조사에서 미국인들의 63%는 부시 대통령의 이라크 전쟁 수행 방식에 대해 반대했고 52%는 즉시 혹은 1년 내 철군해야 한다고 답했다. 부시 대통령에 대한 지지도는 반전 여론의 상승에 반비례해 30% 초반까지 떨어졌다.
영국에서는 특히 7.7 런던테러로 인해 여론이 악화됐다. 당시 <가디언>의 여론조사에 따르면 영국인들의 64%가 블레어 총리가 부시 행정부와 긴밀히 공조하고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 침공을 지원했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여론 악화에도 불구하고 부시 대통령은 "임무 수행 이전에 철군이 있어서는 안 된다"고 못 박고 철군 논의들이 단지 추측과 무성한 소문일 뿐이라고 논의 자체를 부정해 오고 있다. 그는 10월 기자회견에서 "철군은 저항세력을 더욱 대담하게 만들 것"이라며 "우리는 이라크에서 떠나지 않고 성공할 것"이라며 철군 논의를 부인했다.
럼스펠드 국방장관 역시 "전쟁에서는 철수 시한을 예견할 수 없는 일"이라고 말했고 리처드 마이어스 합참의장도 "과업이 완수되기 전에 떠나면 재앙을 불러일으킬 것"이라고 철군 논의에 쐐기를 박았다.
철군 대신 감군 얘기가 흘러나오는 곳은 주로 군부 쪽이다. 이라크 주둔 미군 사령관인 조지 케이시 장군은 지난 8월 이라크가 12월 5일 총선 등 임시 헌법에 제시된 정치 일정을 준수한다면 "미국은 상당한 규모의 병력을 감축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라크 중부군 사령부 작전국장 더글러스 루트 소장도 같은 달 "앞으로 1년 안에 병력의 상당 부분을 철수시킬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시사주간지 <뉴스위크>는 9월 미국 내 국방 관련 소식통들의 말을 인용해 미 국방정보국(DIA)이 미군의 감축 또는 철수 상황을 대비한 '워 게임' 시나리오 검토 작업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
영국군 철군 비밀문서 공개…미ㆍ영 '철군위원회'도 구성
미군과 영국군의 철군 계획이 적혀 있는 영국 국방부의 비밀문서가 공개된 것은 이 와중이었다. 영국 정부는 이 문서가 영국군의 거취를 놓고 작성된 여러 가지 시나리오 중 하나일 뿐이라고 했지만 "미국의 새로운 계획 아래 2006년 초까지 이라크 18개 주 중 14개 주가 이라크 관리권 아래로 넘어가고 다국적군은 17만6000명에서 6만6000명으로 감소하며 영국군 병력도 3000명으로 감축할 예정"이라고 구체적으로 명시되어 있다.
<뉴욕타임스>는 지난 15일 블레어 총리가 영국군의 내년 철군 가능성을 언급했다고 보도한 데 이어 <인디펜던트>도 16일 "정부가 이라크 출구 전략을 거의 완성했으며 내년 중반부터 단계적으로 철수하기 시작할 것"이라며 영국 국방부 관리들이 "영국과 이라크 정부가 이미 철수 일정에 대한 협의를 시작했으며 상당히 세부적인 대목까지 논의가 진행된 상태"라고 보도했다.
사실 미국과 영국은 이미 지난 8월 초 '철군위원회'를 구성, 이라크와 협상을 개시했다. 이 위원회에는 양국군 고위 지위관과 이라크 주재 대사, 이라크 내무장관ㆍ국방장관ㆍ국가안보보좌관 등이 참가해 다국적군이 갖고 있는 치안유지권을 이라크군에 넘기는 방안을 논의했고 이와 관련한 제반 논의들은 지금도 진행중이다.
물론 이 철군위원회가 액면 그대로 '미ㆍ영군의 완전 철수'를 목적으로 하고 있지는 않다. "미군과 다국적군의 철수는 이라크에서 테러 세력의 승리를 가져올 것"이라는 잘랄 탈라바니 이라크 대통령의 지난 9월 언급처럼 친미적인 이라크 당국자들의 요청에 의해 영구적인 주둔 대책에 대한 협상 무대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하지만 미군과 영국군은 이 위원회에서의 논의를 명분으로 주둔군을 대폭 줄이는 구체적인 논의를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늪'으로부터의 탈출 : 각 나라의 철군 행렬
아래 <표>를 보면 미ㆍ영군을 포함해 다국적군의 철군ㆍ감군 움직임이 얼마나 구체적이고 임박했는지를 볼 수 있다.

특히 일본의 경우, 최근의 전원 철군 소식은 미국이 육상 자위대의 철수를 용인한다는 뜻을 일본 정부에 통보하면서부터 시작된 것이었다. <도쿄신문> 10월 21일자 보도를 보면 미국은 일본 항공자위대가 수행중인 수송지원 활동을 지속한다는 것을 전제로 육상자위대 철수를 받아들이겠다는 입장을 전해 왔다고 복수의 일본 정부 관계자들이 말하고 있다.
일본은 12월로 끝나는 자위대 파견 기본계획을 1년 연장하되 내년 5월에라도 육상 자위대를 철수할 예정이다. 이와 관련 일본 언론들은 고이즈미 총리가 "1년 연장안을 국민들에게 설득하려면 정확한 철군 시한을 제시하는 것이 필수적"이라는 입장을 갖고 있다고 전하고 있다.
우리 군의 운명이 미ㆍ영 철군위원회의 손으로?
그렇다면 자이툰 철군에 대한 한국인들의 여론 추이는 어떠한가. 자이툰 부대에 대한 언론과 국민들의 관심이 떨어지면서 이에 대한 여론조사조차 거의 없는 실정이지만, 지난 7월 야후 코리아가 실시한 네티즌 여론조사를 보면 네티즌의 72%가 철군에 찬성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지난해 10월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60%의 네티즌이 '파병 연장'에 찬성한 것과는 대조적인 결과다.
지난 9월 국회 국방위 소속 열린우리당 임종인 의원이 여론조사기관인 미디어리서치에 의뢰해 성인남녀 700명을 대상으로 한 전화 여론조사 결과, 응답자중 53%가 철수해야 한다고 답했고 '연장해야 한다'고 답한 응답자는 13%에 불과했다.
이같은 여론에도 불구하고 윤광웅 국방부 장관은 지난 8월 국회 국방위원회에서 '미ㆍ영 철군위원회'를 언급하며 "주 이라크 대사가 제3대 파병국인 한국도 이 기구에 참여해야 한다는 의견을 전달해 왔다"고 말해 우리 군의 진퇴를 미국과 영국이 주도하는 '철군위원회'에 맡기려는 속내를 드러냈다.
그러나 이 철군위원회가 본질적으로 이라크 점령국의 최종적이고 장기적인 주둔 대책을 논의하는 장(場)이라는 점에서 우리 군이 이 위원회의 논의에 편승할 경우 결국 '장기 주둔'으로 귀결될 수밖에 없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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