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생계비 바꾸기' 릴레이 편지 ②] 김석동 재경부 차관님, 최저생계비에 '현실'을 반영해주세요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 수급자와 급여수준의 기준이 될 중앙생활보장위원회의 최저생계비 결정이 오는 22일로 다가왔다. 최저생계비는 사회복지 수준의 가늠자이자, 양극화로 신음하고 있는 극빈층의 삶을 보장할 수 있는 마지막 방패막이임에도 불구하고 그동안 기계적인 물가인상률 적용으로 실질적 생활보장 수단이 되지 않는다는 지적이 끊임없이 제기돼 왔다.

이에 '최저생계비 한 달 나기' 캠페인 등을 벌이며 최저생계비 현실화 운동을 벌여온 참여연대 사회복지위원회 위원들이 중앙생활보장위원회 위원들에게 릴레이 편지를 보내고 있다. 첫 번째로 19일 남기철 동덕여대 교수가 변재진 보건복지부 장관에게 편지를 보냈고,(☞ 릴레이 편지① "휴대폰은 생필품이 아니다'라는 국민정서"?) '최저생계비로 한 달 나기, 희망 up!' 캠페인에 참가해 직접 최저생계비 생활을 체험한 학생 두 명이 각각 김석동 재정경제부 차관과 문형표 KDI 재정복지팀장에게 20일 편지를 보냈다.<편집자>



최저생계비, '현실'을 반영하여 결정해야 합니다

중앙생활보장위원회 위원 김석동 재정경제부 차관님께

김석동 차관님 안녕하십니까? 무더운 여름에도 국가의 중대사를 결정하시고 관리하시는 노고에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감사드립니다. 저는 2004년 여름, 참여연대 주최로 실시된 '최저생계비로 한 달 나기, 희망 up!' 캠페인에 참가했던 참가자 중 한 명입니다. 저는 2004년도에 최저생계비만을 가지고 한 달을 생활하면서 최저생계비가 최저라는 이름하에 사회안전망의 보조역할에만 그치고 있다는 것을 보고, 느꼈습니다. 그리고 3년이 지난 지금도 수급자 수와 급여액 등 수치상의 변화만 있어왔을 뿐 현실은 2004년도 그대로라는 것에 답답함을 느껴 편지를 띄웁니다.

최저생계비로 한 달을 살아보니… 돈 때문에 마음대로 아프지도 못해

저는 '최저생계비로 한달나기' 캠페인에 2인가구로 참여하면서 언제 끝날지도 모르는 가난 속에서 내일을 걱정하며 살아야 하는 사람들을 떠올리며 최저생계비 현실화를 위해 최선을 다 하자고 다짐을 했습니다. 그러나 2인가구의 최저생계비 기준인 60만 원으로 한 달을 버티면서 아주 기본적인 욕구까지 거절당해야 했고, 이는 의욕에 넘쳤던 초심마저도 무너지도록 만들었습니다.

우선 집세로 15만원을 지불하고 각종 공과금마저 제외하니 40만 원이 못 되었습니다. 식료품비·문화오락비·교통통신비·피복신발비·의료비를 모두 포함하는 생활비가 40만 원. 두 사람의 한 달 식료품비를 위해서는 장마에 망가진 신발은 당연히 포기해야만 하는 것이었습니다. 먹는 것 때문에 포기할 수밖에 없었던 망가진 신발은 체험이 끝날 때까지 가슴에 박히는 못이 되었습니다.

체험이 시작되면서 가장 먼저 싸워야 했던 것은 휴식처가 되어야 할 집과의 싸움이었습니다. 적은 돈으로 얻은 집안 곳곳에는 곰팡이가 피어있고, 습도도 높아 가만히 있어도 숨이 차고 답답했습니다. 빨래를 해도 잘 마르지 않았고, 새 옷을 사고 싶었지만 남은 생활비에서는 그것마저도 사치로 느껴지게 만들었습니다.

그나마 있던 옷도 곰팡이가 피었습니다. 뿐만 아니라, 화장실도 집안에서 갈 수가 없어 동네에 하나있는 공동화장실을 사용해야 했고 씻을 때에도 좁은 화장실에 가득 찬 곰팡이들을 피하느라 다 씻고 나오면 온 몸이 뻐근할 정도였습니다.

그나마도 여름이라 난방비 걱정이 없었으니 다행이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런데 2007년에 1인가구의 주거비로 책정된 금액이 월 7만7000원이라니, 그 돈으로 살 수 있는 집은 대체 어느 정도일지 상상조차 되지 않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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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2004년 '최저생계비로 한달나기' 참가자들이 체험지역인 하월곡동 집으로 향하고 있다. 체험자들은 교통비를 아끼기 위해 먼 길을 걸어야 했다.



최저생계비는 용돈이 아니라 '생계'를 위한 금액입니다

무엇을 사더라도 가장 싼 것 외에는 선택의 여지가 없다보니 개인의 기호나 욕구가 거절당하는 것은 일상이 되었습니다. 더욱이 아플 때마다 돈 계산을 해야 하는 것은 그 무엇보다 삶을 무기력하게 만드는 요인이었습니다. 한 달 동안 동네주민들의 가계부를 조사하면서 현실은 이보다 더 극한 상황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최저생계비가 인간다운 삶을 보장할 수 없다는 주장에 대해 누군가는 최저생계비가 부족한 금액이 아니라고 말합니다. 이는 최저생계비를 용돈으로 생각하기 때문일 것입니다. 하지만 최저생계비는 용돈이 아닌 먹고 살기위해 필요한 생계비용입니다. 하루 밤이 아닌 한 달을 보내는 데 7만 7000원이 필요하다고 하는 것이 최저생계비입니다.

너무 낮은 최저생계비, 실질 빈곤층 사회안전망에서 배제해

최저생계비에 왜 이러한 현실이 반영되지 않는 것인지 의문이 듭니다. 이는 최저생계비의 계측에 현실이 아닌 물가상승율만이 고려되고, 최종 결정과정에서 예산에 맞춰 역으로 계산되기 때문이라 생각됩니다. 정부와 대다수의 국민들 중에서 최저생계비의 금액만을 보고, 최저생계비가 최저생활의 이상을 보장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은 것 같습니다.

물론 그렇게 느낄 수 있습니다. 2007년도 4인가구의 최저생계비만 보더라도 약 120만 원으로 보통의 국민이 보기에 분명 적지 않은 금액입니다. 그러나 이 금액에 현물급여와 소득인정액이 차감되고 나면 실제로 받게 되는 급여액은 최저생계비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경우가 많습니다.

실제로 2006년도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 수급자 현황 자료를 보면 4인 가구 최저생계비는 117만 원이지만, 평균적으로 4인 가구 수급자들이 받는 생계비는 약 38만 원에 불과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저생계비 자체만을 보는 이들 때문에 겉만 최저생계비이지 그 속은 최저생존비에도 못 미치는 현실이 되풀이 되는 것입니다.

또한 그 기준 조차도 최저 이하의 생활을 해야 하는 수준이며, 그 수준으로 인해 수급자가 되지 못하는 차상위계층을 사회안전망으로부터 배제시키고 있습니다. 때문에 현물급여와 소득인정액을 차감한 실질적 최저생계비는 최저생존비에도 못 미치며, 국민들의 실질적인 사회안전망이 되기 위해서는 최저생계비 인상이 불가피하다고 주장하는 것입니다.

현실적인 삶을 보장하는 최저생계비가 되어야 합니다

존경하는 김석동 차관님. 최저생계비를 결정하는 것은 정말 복잡한 문제라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최저생계비는 사회보장뿐만 아니라 노동시장에서도 여러 기준이 되고 있기에 쉽게 결정할 수 없는 문제라는 것을 잘 압니다.

더욱이 국민의 기본적인 삶을 보장할 수 있는 현실적인 최저생계비를 정한다 해도 한정된 예산 때문에 최저생계비의 무조건적인 인상이 더 위험할 수 있다는 것도 알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저생계비 인상을 말씀드리는 이유는, 최저생계비는 무엇보다 사람들의 기본적인 삶과 직결된 문제이기 때문입니다. 현재의 최저생계비로는 국민들의 기본적인 삶을 보장할 수 없습니다.

삼국지에 이런 일화가 있습니다. 어느 날 청년 유비가 물살이 센 강을 건너려 할 무렵 한 노인이 강 앞에서 유비에게 호통을 치며 자신을 업고 강을 건너달라고 이야기 했습니다. 유비는 그 노인을 업고 강을 건너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그 노인은 갑자기 유비에게 반대편에 짐을 놓고 왔으니 다시 자신을 업고 되돌아가라고 이야기했습니다. 유비는 이번에도 노인을 업고 다시 원래 있던 자리로 돌아갑니다.

노인이 유비에게 물었습니다. "자네는 처음 강을 건넜을 때 자네의 길을 갈 수 있었는데 왜 나의 청을 거절하지 않았는가?"

유비는 이렇게 대답합니다. "만약 제가 처음 강을 건너서 그냥 가버렸다면 제 일을 다 못한 것이기에 일의 수고가 절반으로 줄지만, 또 다시 한 번 더 왕복을 한다면 그 수고는 두 배로 되기 때문입니다."

국민들의 기본적인 삶을 보장하지 못하는 최저생계비는 일의 수고를 반으로 줄이는 것과 같을 것입니다. 최저생계비가 국민들의 기본적인 삶과 인간으로서의 욕구를 채워줄 수 있을 때 그 수고는 두 배, 아니 그 이상이 될 것입니다.

김석동 차관님께서 최저생계비를 아까운 예산낭비가 아니라, 국가라는 울타리가 당연히 해야 할 의무로써, 국민들 모두가 사회안전망의 보호 속에서 인간다운 생활을 영위하며 함께 일어설 수 있도록 최저생계비에 현실을 반영하고 실질금액의 인상을 위해 힘써주실 것을 믿으며 글을 마치겠습니다.

2007년 8월 20일

송 정 섭 (학생, 참여연대 최저생계비로 한달나기 희망 UP! 참가자)

* 이 편지는 프레시안(www.pressian.com)을 통해 동시에 공개됩니다.


2007/08/20 16:27 2007/08/20 16: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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